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음악극 <괴물> _ 프로그램 북
    카테고리 없음 2022. 11. 24. 14:55

     

    ▷ 음악극 <괴물> 프로그램 북 다운

     

     

    https://drive.google.com/file/d/1NpcdbpNYhXGkGtOVs7NKCQ4jtcDgMM7n/view?usp=share_link

     

    221116_괴물 프로그램북_수정(1122).pdf

     

    drive.google.com

     

     

     

    극장에서 큐알로만 한정 공개.

    기록차 남겨 둠.

     

    ---------------------------------------------------------------------------------------------

     

     

     

    <괴물>의 탄생과 끝

                                        <괴물> 작가 김채린

     

     

    이야기의 시작

     

    수년 전 나는 고전 작품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에게까지 울림을 주는 철학과 문학 작품들, 그러나 고전이라는 이름의 벽에 부딪혀 가볍게 책을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품을 소개하고 쉽게 해설하자는 것이 그 책의 취지였다. 나는 책에 들어갈 고전 작품들 가운데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끼워 넣었다. 이는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플라톤과 데카르트, 미셸 푸코, 브레히트의 책들 사이에 프랑켄슈타인이라니! 그도 그럴 것이 프랑켄슈타인은 고딕 호러 소설로 분류되어 그저 흥미로운 대중 소설로 인식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파격적인 리스트는 그대로 강행되었다.

    이 리스트를 관철한 데에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이 이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신이 아니라 인간이 생명을 창조한다는 이 소설의 주요 모티프는 우리의 생명 과학 기술이 더 발전하기 전에 미리 논의하고 숙고해야 할 주제이다. 이 과학 기술은 우리에게 언제든 당도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책에 들어갈 원고에 마침표를 찍었는데…….

    과학자가 단백질 덩어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마치 무당이 혼을 부르는 것과 흡사하겠구나. 뉴턴도 관점을 달리하면 연금술사가 아니었던가? 현대판 굿이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구나. ……, 굿! 이걸 무대 위로 올리면 어떨까.

    문득 이 장면을 굿으로 상상한 순간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작가가 아니라 나의 뮤즈가 되었다. 한 여성 작가가 괴물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무대 위 공간에서 가장 멋지게 실현될 수 있는 장르성을 붙여보자. 이것이 <괴물>을 만든 최초의 생각이었다.

     

    <괴물>, 시대를 알 수 없는, 그러나 가장 시대적 이야기

     

    <괴물>은 온전히 백지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라는 작가의 존재는 탈색되고 탈취되어 흐릿한 그림자로 백지 위에 남았다. <괴물>은 한 여성 작가가 괴물을 만들어내는 작품을 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부터 시작하였다. 거기에 메리 셸리가 낭만주의 시인으로 유명한 퍼시 비시 셸리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희미한 그림자로 비쳐 넣었다. 그리고 그 여성 작가를 일제 강점기의 한반도로 데려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속에 내던졌다.

    여성이라는 존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적 자아를 획득하기에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결혼과 출산이 개인적 권리가 아닌 사회적 의무로 부담 지워지고 결혼과 사회적 성취는 공존하지 않고 대립하는 딜레마가 된다. 현대의 우리에게서도 그러할 텐데 하물며 100년 전의 이들에게는 어떠했을까. 소위 말하는 신여성들이 겪었던 사회적 불이익은 이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결혼과 출산이 개인의 행복과 권리를 담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연애였다. 사랑의 역사는 분명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의 정의는 분명 남녀 사이에서만 존재하지는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연애의 역사는 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신분제도가 존재했을 때는 오직 정략결혼만이 남녀 관계를 공식적으로 허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분제도가 무너지면서 신분 내에서의 약속보다 감정을 앞세운 연애와 결혼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자유연애는 정숙하지 못한 여자를 상징했다. 신여성들은 자신의 사랑을 정당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그것은 곧 자신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했다. 오직 사랑만이 그들에게 사회적 성취와 결혼과 출산을 그들의 권리와 행복으로써 공존케 하는 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미 정략결혼을 한 이들에게 결혼은 악몽이었고 그것을 뒤로하고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는 일은 해방이었다. 그것이 그들의 인권이자 존재의 증명이었지만 이는 다시 그들의 불행을 만들었다. 사회에서 허락하지 않은 사랑은 낙인이 되고 증오와 혐오가 되었다. <사의 찬미>라는 노래로 유명한 소프라노 윤심덕과 희곡 <산돼지>를 쓴 작가 김우진이 동반자살을 한 이유도 그것이었다. 사회 운동가이자 화가였던 나혜석 역시 결국 불운한 말년을 맞이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메리 셸리의 엄마이자 사상가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자신과 자신의 딸인 패니를 버린 남편을 찾아다니다가 결혼 폐지주의자였던 아나키스트 윌리엄 고드윈과 사랑에 빠져 메리 셸리를 낳아 행복하게 살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메리 셸리 역시 퍼시 비시 셸리라는 유부남 시인을 만나지만 둘은 별문제 없이 결혼하고 4명의 아이를 낳았다. 당시 영국의 엄청난 아동 사망률로 인해 한 명의 자식만 살아남지만 어쨌거나 메리 셸리의 결혼 생활은 남편이 죽기 전까지 아주 순탄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사정이 너무 야박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과 정조, 그리고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게 특히 가혹하다는 사실을 지울 수는 없다.

     

    지금, 우리들 안의 괴물

     

    <괴물> 속 메리는 이렇게 일제 강점기를 암시하는 배경 앞으로 내던져진다. 그리고 여기에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덧씌우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혐오이다.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을까? 나는 감히 혐오의 시대에 우리는 내던져졌다고 말하겠다. 우리는 혐오 앞에서 인간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때로는 그것이 우리 자신을 괴물로 만든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누군가를 정의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평가하고 분노하며 나의 혐오를 정당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관용이 없는 사회, 작은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사회, 아픔을 감싸지 못하는 사람들. 누가 괴물일까? 혐오를 받는 대상일까, 아니면 혐오하는 사람들이 괴물일까?

    일제 강점기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 속에서 스러져간 사람들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지 우리 자신에게 물을 일이다. <괴물>의 메리는 세상으로부터 내동댕이쳐지고, 그리고 그 안에서 괴물을 키우며 그가 만든 괴물을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낸다. <괴물>에서 메리는 나는 지금 괴물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메리가 만들어낸 괴물은 나는 이제 인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괴물일까, 아니면 괴물이 우리일까?

    음악극으로 <괴물>을 만들고 마침내 이것이 음악과 배우와 연출을 만났을 때, 나는 창작진에게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읽었냐고 묻지도 않고, 혹시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읽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괴물>은 이 시대의 이야기이고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관객들도 오롯이 <괴물>이 말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기를 바란다.

     

    .

    ---------------------------------------------
     
    음악극 <괴물>
     
    작/작사 김채린
    연출 전서연
    작곡/음악감독 류찬
    소리꾼/ 배우 김율희
     
    국립정동극장 세실 2022년 11월 17일 - 11월 27
     
    [첨부파일: 음악극 <괴물> 작품소개 팜플릿 브로셔 ]

    댓글

Designed by Tistory.